
비누를 만들기 시작한 건 단순히 ‘천연 재료가 좋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엔 피부 트러블을 완화하려고 작은 실험처럼 시작했지만,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향과 질감이 어느새 일상의 리듬이 되었다. 나에게 비누는 단순한 세정 도구가 아니라, 하루를 정돈하는 의식에 가깝다.
비누공작소에서는 재료 하나하나의 개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코코넛 오일의 부드러움, 시어버터의 깊은 보습, 라벤더나 로즈우드의 은은한 향까지 — 각각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비누를 디자인한다. 완성된 비누를 손에 쥘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든다.
천연 비누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온도 하나, 습도 하나에도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의 섬세함이 오히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내 손으로 삶의 작은 부분을 빚어낸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돌보는 일과 닮아 있다.
누군가 내 비누를 쓰며 “향이 오래 남네요”라고 말할 때마다, 그 하루가 조금 더 따뜻했기를 바란다. 자연에서 온 재료가 사람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는 과정, 그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비누는 결국, 자연이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부드러운 위로이니까.
/강서연 디자이너